부서끼리 협력이 안 될 때, 협력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거나 규정을 추가하지 마십시오. 답은 '통합자'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입니다. 통합자란 부서 사이를 이어 협력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 하나, 그 통합자 후보는, 지금 대표님 회사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이거나, 가장 미움받는 부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BCG의 이브 모리외와 피터 톨먼이 『심플이 살린다』의 두 번째 규칙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통합자는 협력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중요한 것은, 통합자가 직함이나 전담 직무가 아니라 자기 일을 하면서 수행하는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통합자는 어떻게 알아보나요?
통합자는 조직도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단서로 찾습니다. 두 종류의 사람을 보십시오. 첫째, 불만을 강하게 표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한계에 발이 묶여 있고, 남들이 협력하지 않아 생긴 조정 비용을 혼자 떠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협력에 관심은 있는데 아직 힘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면 훌륭한 통합자가 됩니다. 둘째, 남에게 불평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남에게 조정 비용을 떠넘길 '힘'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그 힘을 지금은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는 협력할 동기를 주면, 그 힘이 회사를 위해 쓰이는 통합자가 됩니다. 정리하면 두 방향입니다. 관심은 있는데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힘을 주고, 힘은 있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동기를 주는 것입니다. 다만 감정을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감정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자 징후입니다. 겉으로 부딪치는 의견 충돌이 협력을 막는 갈등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조정 비용을 감당하며 협력하려 애쓰는 징후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다들 사이좋아 보이는 원만함이, 사실은 서로 비용을 떠넘기지 않으려 협력을 조심스럽게 피하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단정하지 말고, 그 사람의 목표와 자원과 한계를 먼저 들여다보십시오.
실제 사례(최고 실적 부서가 회사를 갉아먹던 회사)
한 통신기기 회사에서 신제품 개발이 계속 지연됐습니다. 설문을 돌리니 불만이 한 부서, 트랜시버 개발부에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트랜시버 부서는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우리가 실적이 제일 좋으니까 질투하는 거죠." 간부들도 "저 사람들은 원래 규율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며 성격과 문화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전부 틀렸습니다. 업무 맥락을 들여다보니 진짜 그림이 나왔습니다. 트랜시버 부서는 국제 표준을 따라 일정을 예측할 수 있어서 늘 가장 먼저 착수했습니다. 문제는 기술 사양이 늦게 확정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 뒤에 있는 다른 부서들이 트랜시버의 산출물에 맞춰 모든 조정 비용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통찰이 나옵니다. 트랜시버 부서에게 '사양 지연'은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자원'이었습니다. 다른 부서와의 상호의존을 무시하고 자기만 먼저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트랜시버는 최고 실적을 냈지만, 그것은 다른 부서를 희생시켜 얻은 것이었고, 회사 전체 실적은 저조했습니다. 이 '스타 부서의 역설'을 우리 회사에 비춰 보십시오. 우리 회사의 최고 실적 부서, 혹은 에이스 직원은 진짜 영웅입니까, 아니면 자기 편의를 위해 남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비용 전가자입니까. 누군가의 빛나는 실적이 사실은 옆 부서의 야근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한 번 따져 보셔야 합니다.
해법은 비난이 아니라 '새로운 한계'
이 회사는 트랜시버 부서를 혼내거나 사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대신 업무 맥락을 바꿔 그들을 통합자로 변모시켰습니다. 방법은 '새로운 한계'를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시스템이 지연되면 트랜시버 부서가 책임을 지도록 역할을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트랜시버 엔지니어들을 영업부와 함께 고객 리뷰 회의에 앉혔습니다. 성난 고객의 불만을 직접 듣게 한 것입니다. 그러자 트랜시버 부서는 비협력의 비용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편의가 만든 결과가 고객의 분노로 자기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스스로 다른 부서와의 협력을 최적화하는 통합자가 되었습니다. 15개월 뒤 출시 속도가 업계보다 20퍼센트 빨라졌고, 비용과 품질은 그대로였습니다. 이 책의 핵심 문장이 여기 있습니다. "비협력으로 비용을 초래한 당사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협력을 증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진짜 문제는 악감정이나 질투가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앞서 말씀드린 호텔도 같은 원리로 풀렸습니다. 객실부와 시설관리부의 평가에 '접수원과의 협력'을 포함시키고, 접수원의 의견을 비중 있게 반영하자, 고객 만족과 단가와 점유율이 오르고 이직률은 6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부서 간 소통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훨씬 강력했던 것입니다.
규정을 늘릴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역설
협력을 만들겠다고 규정을 자꾸 늘리면, 대표님과 관리자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규정이 많아지면 관리자는 거기에 갇혀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직원은 관리자가 아니라 규정만 보게 됩니다. '준법투쟁'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직원들이 규정을 100퍼센트 그대로 지키기만 하면 오히려 업무가 마비됩니다. 모든 규정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고, 사람은 문자가 아니라 그 취지를 읽어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표현이 정확합니다. "규정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통합자를 키우려면 거꾸로 가야 합니다. 협력에 도움이 안 되는 관리 계층을 줄이고, 규정을 최소화하고, 평가 지표보다 사람의 판단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위계를 단순화하는 진짜 가치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재량권이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협력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한 부서가 다른 부서의 효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지표에 안 잡힙니다. 그래서 협력은 측정이 아니라 관찰로 봐야 합니다. 전설적인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관찰의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 관찰은 내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전체 결과는 지표로 보되, 협력은 대표님의 눈으로 관찰해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두 사람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 회사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과, 가장 미움을 받는 부서나 사람입니다. 그리고 뒤집어 물으십시오. "이 사람은 혹시 혼자 조정 비용을 떠안고 있어 불만인 것은 아닌가? 저 부서는 혹시 협력의 열쇠를 쥔 힘 있는 통합자 후보는 아닌가?" 그중 한 사람에게 힘을 주거나 새로운 책임을 줘 보십시오. 골칫거리가 협력의 엔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협력이 안 되는 것은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비협력이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그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이, 통합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업 전담팀(PMO 등)을 만들면 안 되나요?
A. 새 부서·새 규정은 대개 조정 비용만 늘립니다. 그보다 이미 부서 사이를 잇고 있는 '통합자'에게 권한·정보·발언권을 실어 주는 것이 훨씬 강력합니다.
Q. 통합자를 어떻게 알아보나요?
A. 직함이 아니라 감정으로 찾습니다. 가장 불만 많은 사람(관심 있는데 힘 없음 → 힘을 줌)과 가장 미움받는 사람·부서(힘 있는데 관심 없음 → 동기를 줌)입니다.
Q. 최고 실적 부서가 문제일 수 있나요?
A. 있습니다('스타 부서의 역설'). 그 실적이 다른 부서에 조정 비용을 떠넘겨 얻은 것이라면, 회사 전체로는 손해입니다. 비협력 비용을 그 부서가 직접 지게 하십시오.
Q.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숫자로는 안 잡힙니다. 협력은 관찰로 보고 인정하십시오(퍼거슨의 '관찰'). 동시에 평가·보상에 '협력'을 반영해, 비협력이 손해가 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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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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