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부서 이기주의, 협력하라고 해도 안 됩니다. 어떻게 묶나요? (공동이익 목표)

임종은 컨설턴트 2026. 6. 28. 00:12

부서마다 자기 일만 챙긴다면, 협력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성공을 서로 묶어야 합니다. 한 부서의 성공이 다른 부서의 성공에 달려 있도록 목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핵심 도구는 '공동이익 목표'입니다. 그리고 의외의 처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역할과 책임을 너무 세세하게 정하지 마십시오. 다 정해 주면 서로 의존할 필요가 사라져, 협력이 오히려 죽습니다. 이것은 BCG의 이브 모리외와 피터 톨먼이 『심플이 살린다』의 네 번째 규칙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앞의 세 규칙이 직원에게 자율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자율을 회사의 목표에 쓰게 만드는 환경입니다.

역할(R&R)을 명확히 하면 왜 협력이 죽나요?
대표님의 본능은 일이 엉킬 때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네 책임은 여기까지, 네 책임은 저기까지." 깔끔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이 함정이라고 말합니다. 계주를 떠올려 보십시오. 주자의 순서나 첫 주자의 빠른 출발 같은 특수 역할은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96미터에서 배턴을 넘겨라"까지 세세히 정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주자는 앞뒤 주자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져, "나는 정해진 96미터에서 넘겼어"라며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옵니다. "팀장님, 제 책임이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요?" 대표님은 성실한 질문으로 들으시겠지만, 이 책은 이것을 흔히 협력 회피의 신호로 봅니다. 책임을 칼같이 그어 달라는 것은, 그 선 밖의 일은 안 하겠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 정해 주면 다음 요구가 따라옵니다. "그럼 그 책임에 맞는 장비와 인력과 예산과 결정권을 주세요." 그대로 주면 모든 의존성이 사라지고, 그 사람은 완벽한 자급자족 상태가 됩니다. 본인은 편하지만, 회사의 협력은 끝납니다.

자율과 자급자족은 어떻게 다른가요?
많은 대표님이 이 둘을 헷갈려, "자율을 줬는데 왜 따로 노느냐"고 답답해하십니다. 자율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의 결과까지 포함해, 회사 전체 성과에 영향을 주려고 자기 지능과 에너지를 온전히 쏟는 것입니다. 자급자족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기가 완전히 통제하는 결과에만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둘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입니다. 자율은 복잡성을 다루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급자족은 걸림돌입니다. 자급자족하는 직원은 자기 일은 잘하지만, 옆을 돕지 않아 회사 전체의 협력을 막습니다. 대표님이 주려던 것은 자율인데, 자칫 각자도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셔야 합니다.

공동이익 목표는 어떻게 짜나요?
한 산업재 회사가 구매부에 "품질은 유지하면서 총 구매비를 20퍼센트 줄이라"는 과제를 줬습니다. 그런데 구매부 안의 전략팀과 구매팀이 서로 탓했습니다. 전략팀은 "우리가 좋은 절감법을 냈는데 구매팀이 실행을 못 한다"고 했고, 구매팀은 "전략이 비현실적이라 쓸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사이 내부 직원들은 구매부를 우회해 직접 공급업체와 거래했고, 비용 절감은 실패했습니다. 전형적인 부서 따로국밥입니다. 해법은 두 팀의 성공을 묶는 공동이익 목표였습니다. 공동이익 목표는 세 층으로 짜입니다. 첫째는 전체 산출 목표입니다. 회사가 원하는 최종 결과로, 여러 부서의 협력으로만 나오고 측정 가능합니다. 여기서는 '구매비 20퍼센트 절감과 내부 고객 충족'. 둘째는 개인 투입 목표입니다. 각 부서가 단독으로 기여하는 부분으로, 전략팀은 좋은 구매 전략을 세우고 구매팀은 구매 기술을 키우는 것입니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거의 모든 회사에 빠져 있습니다. 합동 목표입니다. 내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부서의 효율도 높이는 목표입니다. 계주로 치면 1번 주자는 '가장 잘 넘기기', 2번 주자는 '가장 잘 받기'가 합동 목표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전략팀에게 '구매팀이 실제로 쓰기 쉬운 지침을 만들기'를, 구매팀에게 '주문을 처리할 때 현장 정보를 전략팀에 제공하기'를 합동 목표로 줬습니다. 부서 이기주의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이 합동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기 KPI만 있으면, 옆을 도울 이유가 없습니다. 한 가지 주의가 있습니다. 합동 목표의 성공은 객관적 숫자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배턴을 떨어뜨렸을 때 준 사람 탓인지 받은 사람 탓인지 가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협력은 지표가 아니라 관찰로 봐야 합니다. 개인별 평가에만 매달릴수록, 측정 안 되는 협력은 외면받고 전체 성과는 오히려 나빠집니다.

투입 목표를 정할 때의 한 가지 기준
각 부서의 투입 목표를 정할 때 한 가지 기준을 더 드립니다. 그 역할이 그 사람에게 배움이 되는가, 그리고 그 배움이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가입니다. 맡은 일을 잘해낼수록 본인의 역량이 자라고, 그 혜택이 회사와 동료에게도 돌아가며, 그 배움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쌓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은 그 일을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자기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몰입합니다. 회사에도 좋고 본인에게도 남는 역할일 때, 묶인 성공이 더 단단해집니다.

공동이익 목표를 받칠 세 가지 장치
목표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행동이 안 바뀝니다. 실제로 협력하게 만드는 세 가지 장치가 따라야 합니다. 첫째, 사내 독점 권력을 없애십시오. 한 부서가 정보나 발언권을 독점하면, 다른 부서가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그 부서는 남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그건 전문성이 있어야 안다"는 방어가 나오면 독점의 신호입니다. 누구도 발언권을 독점하지 못하게, 다른 부서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하십시오. 둘째, 자원을 일부 줄이십시오. 직관과 반대지만, 자원이 빠듯하면 서로 손을 잡아야 일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남을 배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기 때 사람들이 더 긴밀히 협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분명히 새겨야 할 것, 자원 감축의 목표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역량 향상입니다. 협력을 위해 줄이면 역량이 오르지만, 단순히 돈을 아끼려 줄이면 과로와 이탈만 부릅니다. 의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셋째, 소통 채널을 여러 개 만드십시오. 같은 일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는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내부 고객과 함께 주문을 점검하는 자리, 전략의 완성도를 동료끼리 평가하는 자리, 구매팀끼리 생산성을 비교하는 자리를 따로 두었습니다. 각 자리가 피드백 장치이자 평판이 걸린 무대가 되니, 감시하지 않아도 협력이 돌아갔습니다. 결과는 20퍼센트 절감 달성에 더해, 내부 고객 만족도 최고 평점이었습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우리 회사에서 가장 따로 노는 두 부서, 혹은 두 사람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물으십시오. "이 둘에게, 자기 일을 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효율도 올려야 하는 공동의 목표가 하나라도 있는가?" 만약 없다면, 그것이 협력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두 사람 모두가 책임지는 합동 목표를 딱 하나만 만들어, 두 사람의 성공을 한 줄로 묶어 보십시오. 부서 이기주의는 사람이 이기적이라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성공이 서로 묶여 있지 않아서 생깁니다. 성공을 묶으면, 협력은 강요하지 않아도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R&R을 명확히 하는 게 나쁜 건가요?
A. 특수 역할(순서·담당 영역)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다만 "정확히 어디까지"를 칼같이 그으면 의존이 사라져 협력이 죽습니다. 경계는 정하되, 겹치는 협력 지대를 남기십시오.

Q. '합동 목표'가 뭔지 한 문장으로요?
A. "내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부서의 효율도 높이는 목표"입니다. 계주의 '가장 잘 넘기기/받기'처럼, 두 사람이 함께 책임지는 한 줄입니다.

Q. 협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숫자로는 안 잡힙니다(배턴 떨어뜨린 책임을 못 가르듯). 관찰로 보고 인정하되, 평판이 걸린 소통 자리를 만들어 협력이 자연히 돌게 하십시오.

Q. 자원을 줄이라는 게 비용 절감인가요?
A. 아닙니다. 목표는 역량 향상입니다. 협력을 끌어내려 빠듯하게 하면 역량이 오르고, 돈만 아끼려 줄이면 과로·이탈을 부릅니다. 의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