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을 줬는데 팀장이 안 쓴다면, 배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준 권한이 '임계치'에 못 미쳐서입니다. 권력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그것은 자원이 아니라 오히려 한계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처방은 정신교육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찔끔찔끔 나눠 주지 말고, 핵심 권한 몇 개를 한꺼번에 줘서 임계치를 넘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권한을 빼앗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권력의 원천을 만들어 회사 전체의 권력 총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BCG의 이브 모리외와 피터 톨먼이 『심플이 살린다』의 세 번째 규칙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요?
먼저 흔한 오해 셋을 깨야 합니다. 권력은 지위의 속성이 아닙니다. 팀장이라는 직함을 단다고 권력이 자동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권력은 지휘권도 아닙니다. 지휘권은 명령할 정당성을 줄 뿐, 권력 자체를 주지 않습니다. 권력은 개인의 카리스마 같은 자질도 아닙니다. 자질은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를 정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권력이란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일에 '차이를 만들어 내는 능력'입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그 사람이 하지 않았을 일을 나 때문에 하게 만든다면, 나는 그에게 권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은 직함이나 성격이 아니라, 특정 상황과 직결된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이 점이 결정적입니다. 대표님이 팀장에게 직함과 명령권을 줬다고 해서, 그가 직원들에게 진짜 영향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왜 권한을 줘도 안 쓰나요?
대표님이 "권한을 줬는데 안 쓴다"고 하실 때, 이 책은 정신력 부족으로 보지 않고 임계치 미달로 봅니다. 비유가 강렬합니다. 탄약이 한 발만 든 권총을 들고 범죄자 열 명과 마주한 경찰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권총은 자원일까요. 아닙니다. 한 발을 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아홉 명 앞에서 더 큰 곤경에 빠집니다. 그래서 그 권총은 차라리 한계입니다. 안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권한도 똑같습니다. 평가 권한을 줬는데 팀장이 다들 후한 점수만 준다고 해 봅시다. 흔히 "배포가 없다"고 탓합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릅니다. 나쁜 점수를 준 직원이 "그럼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팀장에게 그 교육을 시킬 권한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팀장은 그 요청을 무시할 수밖에 없고, 직원의 몰입은 더 떨어집니다. 평가권 하나만 달랑 있고 그 뒤를 받칠 다른 권한이 없으면, 그 평가권은 탄약 한 발짜리 권총이 됩니다. 그래서 팀장은 안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방이 분명해집니다. 권한은 순차적으로 찔끔찔끔 주면 안 됩니다. 핵심 권한 몇 개를 동시에 줘서, 권총에 탄약이 차도록 임계치를 넘겨야 합니다. 임계치를 넘는 순간, 같은 권한이 한계에서 자원으로 바뀝니다. 임계치에 닿았는지는 두 질문으로 점검하십시오. 첫째, 팀원에게 중요한 사안(예산·인력 충원·목표 설정·성과 평가)에 그 팀장이 실제로 영향을 줄 수단이 있는가, 그 재량은 어디까지이고 썼을 때 팀장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둘째, 그 수단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팀장 본인에게도 이득이 되는 상황인가. 쓰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구조라면, 아무리 권한을 줘도 한계로만 작동합니다.
빼앗아 옮기지 말고, 새 권력을 만드십시오
여기서 대표님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팀장에게 권한을 주려면, 내 권한이나 다른 부서 권한을 떼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빼앗아 옮기면 누군가는 반발하고, 몇 년 뒤 다시 거꾸로 옮기는 시계추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진짜 묘수는 다릅니다. 누구의 것도 빼앗지 않고, 새로운 이해관계를 만들어 약한 자리에 새 권력을 심는 것입니다. 좋은 새 이해관계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조직 전체 성과에 중요해야 합니다. 둘째, 현장 직원에게도 중요해야 합니다. 셋째, 그 권한을 줄 관리자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대형 유통회사 이야기가 이 묘수를 보여 줍니다. 매장 매니저들은 직함만 있고 실권이 없었습니다. 상품도 가격도 인사도 다 본사가 정하니, 한 직원의 표현처럼 매니저는 '친절한 보모'에 불과했습니다. 본사의 규모의 경제 때문에 그 권한들을 매니저에게 되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전혀 새로운 이해관계를 만들었습니다. 고객에게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공개 약속을 한 것입니다. 줄이 길어지면 즉시 계산대를 추가해야 하고, 그러려면 다른 부서 직원을 차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를 계산대로 부를지를 매니저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했습니다. 계산대 차출은 직원마다 호불호가 갈립니다. 몰입하던 일을 끊고 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성가시고, 지루한 일에서 벗어나는 사람에게는 반갑습니다. 그러니 '누구를 부르느냐'가 직원에게 중요한 이해관계가 되고, 직원들은 매니저의 우선순위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매니저에게 협상 카드가 한 장 생긴 것입니다. 그러자 기피하던 월간 판촉도 또 다른 카드로 살아났고, 매니저가 전력투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매출과 고객 수의 확실한 반등이었습니다. 본사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현장의 자율을 동시에 살린 것입니다.
권력은 제로섬이 아닙니다
권력은 빵이 아닙니다. 나눠 준다고 내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이 아닙니다. 새 이해관계를 만들면 회사 전체가 쥔 카드의 수가 늘어나는 포지티브섬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권력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몰려 다른 사람들이 협력을 기피하게 되면 안 됩니다. 지배당한다고 느끼는 직원은 협력을 피하고 혼자 일하기 때문입니다. 장군 앙드레 보프르는 말했습니다. "전략의 본질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데 있다." 권력의 총량을 늘린다는 것은, 대표님 회사가 쥔 선택지와 행동의 자유를 넓히는 일입니다. 다만 이 책이 직접 경고하는 균형이 있습니다. 권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권한만 잔뜩 늘리면 방종이 됩니다. 그래서 권한에는 반드시 한계가 따라야 합니다. 비협력의 비용을 당사자가 지게 하고, 미래의 결과를 지금 느끼게 하는 장치 말입니다. 권한과 한계가 한 세트일 때, 비로소 그 권력이 회사 전체에 이로운 협력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권한을 줬는데도 안 쓰는 팀장 한 명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탓하기 전에 따져 보십시오. "내가 준 그 권한은, 그 뒤를 받칠 다른 권한 없이 달랑 한 발짜리 권총은 아닌가? 이걸 쓰면 그에게 더 좋은 일이 생기는가, 더 곤란해지는가?" 만약 한 발짜리라면, 그 권한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받쳐 줄 권한 한두 개를 더 얹어 주십시오. 권한을 안 쓰는 사람을 탓하지 마십시오. 그가 안 쓰는 데에는 늘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권총에 탄약을 채워 주는 것이, 대표님의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권한을 줬는데 안 쓰면 사람이 소극적인 것 아닌가요?
A. 대개 아닙니다. 임계치에 못 미친 권한은 쓰면 오히려 곤경에 빠지는 '탄약 한 발짜리 권총'입니다. 안 쓰는 게 합리적입니다. 받쳐 줄 권한을 더 얹으십시오.
Q. 권한을 나누면 제 통제력이 줄지 않나요?
A. 권력은 빵이 아닙니다. 빼앗아 옮기면 시계추가 되지만, 새 이해관계를 만들면 누구 것도 안 뺏고 회사 전체의 카드 수(총량)가 늘어납니다.
Q. '새 이해관계'를 어떻게 만드나요?
A. 세 조건을 만족시키십시오. ①전체 성과에 중요 ②현장 직원에게도 중요 ③줄 관리자가 통제 가능. 유통 사례의 '계산대 차출 결정권'이 그 예입니다.
Q. 권한만 주면 방종이 되지 않나요?
A. 됩니다. 권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비협력 비용을 당사자가 지게 하는 '한계'와 한 세트로 줘야, 회사에 이로운 협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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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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