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꼼꼼한 평가가 오히려 이기주의를 키웁니다 (평가의 질문 바꾸기)

임종은 컨설턴트 2026. 6. 30. 00:09

평가를 꼼꼼히 할수록 이기주의가 심해지는 이유는, 그 평가가 '누구 탓인지'를 가려내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술적 원인을 추적해 책임자를 찾아 평가에 반영하면, 직원들은 비난을 피하는 데 온 힘을 씁니다. 그래서 옆 부서를 비난의 후보로 보고, 도움을 청하면 자기 잘못을 자백하는 꼴이 되니 아무도 협력하지 않습니다. 해법은 평가의 질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누구 탓인가"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협력했는가"로요. 이것은 BCG의 이브 모리외와 피터 톨먼이 『심플이 살린다』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규칙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협력한 사람에게 보상하고, 도울 수 있었는데 돕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 '누구 탓'을 묻기를 멈춘 철도회사
한 철도회사가 자랑하던 정시 운행률이 교통량 급증으로 8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회사는 기술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교통 제어 시스템을 개량하고, 지연을 감시하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시율은 조금 오르다 말고, 비용과 안전이 오히려 나빠졌습니다.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니 뜻밖이었습니다. 부서 관리자들의 진짜 목표는 '승객을 정시에 모시는 것'이 아니라, '지연이 났을 때 비난을 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회사가 초기에 내부 감사 부서를 만들어, 열차가 지연될 때마다 기술적 원인을 추적해 책임 부서를 색출하고 평가와 진급에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다른 부서는 협력의 상대가 아니라 비난의 후보가 됐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원인입니다"라고 자백하는 셈이니, 아무도 요청하지도 제공하지도 않았습니다. 각자 알아서 막다가, 정작 큰 위기인 이상 기후 때만 기적처럼 협력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통찰이 있습니다. 협력을 막은 것은 직원들이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닙니다. 협력은 측정되지 않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의 빌미가 될 위험이 있어서였습니다. 사람은 자기를 지킵니다. 그래서 측정되고 인정받는 일에만 전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평가의 질문을 바꾸자, 4개월 만에 95퍼센트
이 회사의 해법은 급진적이었습니다. 근무 성적 평가의 기준을 이렇게 바꾼 것입니다. "한 부서가 문제를 알렸는데 협력하지 않은 부서가 있으면, 그 부서도 지연에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다른 부서가 당신을 지연시켰더라도, 당신이 돕지 않았다면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한 줄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기술적으로 누구 탓인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협력했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매주 부서장과 상사가 지연을 함께 검토하며 이 질문에 답했고, 현장 책임자가 각 부서의 협력 기여를 판정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새 장비도, 새 부서도, 새 시스템도 없이, 4개월 만에 주요 노선의 정시율이 95퍼센트가 됐습니다. 게다가 도움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득이 되니, 원인을 추적하느라 쓰던 시간까지 절약됐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서가 있었습니다. 같은 문제의 원인을 개선 없이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부서에는 여전히 책임을 물었습니다. 협력 못 함이 만능 면죄부는 아닙니다. 기술적 원인과 보상을 직접 연결하던 고리만 끊은 것입니다.

점수표가 평가의 전부일까요?
많은 회사가 점수표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4.81점입니다, 보상은 인사팀에서 들으세요"로 평가가 끝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관리자가 진심으로 감탄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좋은 점수가 무슨 소용입니까. 협력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정은 평가표가 아니라 관찰의 산물입니다. 대표님이 직접 보고, 직접 알아주는 그 한마디가 어떤 점수보다 강합니다.

비협력에는 책임을, 그러나 실패에는 관용을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비협력과 실패입니다. 레고를 살린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의 말이 명쾌합니다. "비난은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지 않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의 몫이다." 목표를 향해 애쓰다 실패한 사람을 질책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돕지 않은 사람을 질책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할까요. 실패에 무관용으로 대하면, 실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숨겨지기 때문입니다. "새 시도 하지 마라, 실수는 감춰라"는 분위기가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실패 관용이 필요합니다. 다만 관용이 기준을 낮추라는 뜻은 아닙니다. 회사에는 유익하지만 개인에게는 위험이 큰 결정을 제대로 보상하고, 그 결정이 실패하더라도 '결정한 것'만큼은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표님이 흔히 하는 진단을 하나 깨야 합니다. "우리 직원들은 도전을 안 하고 안전만 챙긴다"는 말입니다. 이 책은 그것이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협력이라는 안전망과 보상이 있을 때만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안전망 없이 혼자 위험을 지라고 하면, 안 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직원이 도전을 안 하는 것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도전이 손해인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원온원의 질문을 바꾸면, 회사가 바뀝니다
연초 목표 협상을 떠올려 보십시오. 대표님은 높게 부르고, 직원은 낮게 부릅니다. 직원이 여력을 남기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너무 높게 잡았다 실패하면 이중으로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들 안전하게 낮춰 잡는 것이 합리적이 됩니다. 이 게임을 바꾸려면, 원온원에서 세 가지를 물으십시오. 첫째, 내년 실적을 높이려면 무엇을 하겠는가. 둘째, 그 목표를 위해 당신은 개인적으로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셋째, 그 위험을 줄이는 데 내가 무엇을 도울 수 있는가. 특히 두 번째 질문, "당신은 개인적으로 어떤 위험을 감수하나요"가 핵심입니다. 놀랍게도 많은 회사가 이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표님은 평가자에서 위험을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로 바뀝니다. 원온원의 태도도 바꾸십시오. "당신에 대한 불평이 들리던데 어찌 된 거죠"로 시작하면 직원은 방어와 변명에 머리를 씁니다. 대신 이렇게 여십시오. "지금 가장 안 풀리는 일이 무엇인가요? 제가 무엇을 도울까요?" 같은 시간에 공방 대신 협력이 일어납니다. 마지막 도구 하나. 직원이 결정을 자꾸 대표님께 떠넘긴다면, 그 중재를 거부하십시오. 결정이 위로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멀어져 질이 떨어집니다. 떠넘김은 대개 협력이 깨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협력해야 할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만족스러운 결론이 날 때까지 스스로 풀게 하십시오. 문을 열어 줄 때는 두 가지를 확인하십시오. 자꾸 떠넘기면 평가에 반영된다는 것, 그리고 "다음엔 어떻게 하면 내가 중재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라는 학습입니다. 대표님이 모든 결정을 떠안는 병목에서 벗어나는 길이 여기 있습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우리 회사의 평가표를 꺼내 보십시오. 그리고 물으십시오. "이 평가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내는가, 아니면 누가 서로 도왔는지를 보는가?" 만약 잘못을 가려내는 데 맞춰져 있다면, 직원들이 협력 대신 비난 회피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합니다. 평가 항목에 "이 사람이 동료를 어떻게 도왔는가" 한 줄을 더해 보십시오. 그 한 줄이 회사의 공기를 바꿉니다. 협력이 안 되는 것은 사람이 이기적이라서가 아닙니다. 평가가 비난을 보상하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협력을 보상하는 순간, 협력은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력은 측정이 안 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숫자로 재지 말고 '협력했는가'를 묻고, 도움받은 동료·현장 책임자의 정성 판정과 대표의 관찰로 봅니다. 평가표보다 "직접 보고 알아주는 한마디"가 강합니다.

Q. 협력 못 했다고 다 봐주면 책임이 흐려지지 않나요?
A. 협력 못 함이 만능 면죄부는 아닙니다. 같은 문제를 개선 없이 반복하는 부서엔 책임을 묻습니다. '기술적 원인=보상' 고리만 끊는 것입니다.

Q. 실패를 봐주면 기준이 무너지지 않나요?
A. 비협력엔 책임, 실패엔 관용입니다. 관용은 기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회사엔 유익하나 개인엔 위험한 '결정' 자체를 인정·보상하는 것입니다. 무관용은 실패를 없애지 않고 숨깁니다.

Q. 원온원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나요?
A. ①실적을 높이려면 뭘 하겠나 ②그걸 위해 당신은 어떤 위험을 감수하나 ③그 위험을 줄이는 데 내가 뭘 도울까. 특히 ②를 묻는 순간, 평가자에서 동반자로 바뀝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