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가치 있는 것과, 그 가치를 닿게 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어느 하루의 회고)

임종은 컨설턴트 2026. 7. 2. 09:05

옳다고 믿는 답을 손에 들고도, 그것을 상대에게 닿게 하지 못한 하루가 있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어서, 조금 회고를 남깁니다.

옳은 답을 손에 들고도, 전하지 못한 하루
한 클라이언트와 다음 분기 목표와 팀별 지표를 세팅하는 자리였습니다. 역할을 나누고 각 팀의 지표를 세우는 것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문제는 제가 '공유지표'를 꺼내면서였습니다. 이제 막 팀을 나눴으니, 나누면 나눌수록 사일로가 생깁니다. 한 팀의 핵심 지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 옆 팀이라면, 그 옆 팀에게도 같은 지표를 공유로 걸어 협력을 묶어 두어야 한다. 이것이 저의 제안이었습니다. 경영진의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이왕 나눴으니 아예 분리하자, 각자 자기 일만. 브랜드 매출이 공동 목표로 올라간 이상 모든 팀이 매출에 일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오래 말씀드렸지만, 끝내 동의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가치의 발견과 가치의 전달은 다른 일입니다
오늘 가장 크게 남은 배움이 이것입니다. 가치를 발견하는 일과, 그 가치를 상대에게 닿게 하는 일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아무리 옳은 진단도 닿지 않으면 그 값은 0입니다. 저는 진단은 했지만 전달에는 실패했습니다. 컨설턴트에게 소통과 설득은 곁가지가 아니라, 반드시 갈고닦아야 할 실전의 기술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소통의 핵심은 제 가치를 더 크게 외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상대의 프레임을 먼저 푸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걱정이 해소되기 전에는, 아무리 좋은 제안도 위협으로 듣습니다. 이제 막 나눈 팀을 다시 묶는 것으로 들렸다면, 경영진의 반대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좋은 것을 손에 들고도, 그것을 그 걱정 위에 위협처럼 얹었습니다.

컨설턴트의 자리: '아니오'를 말하되, 배수진은 아낀다
그렇다면 동의를 못 얻은 이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제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 역할은 대표님이 내린 결정을 돕는 것을 넘어, 그 결정이 정말 잘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만 아닌 것은 한 번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극단적으로는 "이 방향은 정말 아니니, 결과가 안 나오면 환불을 해서라도 책임지겠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라고 배수진을 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그 카드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배수진은 다운사이드가 '재기 불능'인 결정에만 아껴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복 가능한 지표 논쟁 하나에 사임과 환불을 걸었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을 것입니다. 공유지표가 없어도 다음 분기는 굴러가고, 첫 측정 뒤에 다시 꺼낼 수 있습니다. 이건 무너지면 끝나는 벽이 아니라, 다시 오를 수 있는 언덕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지킨 것들
그래서 오늘이 잃은 것만 있는 날은 아니라고, 스스로 정리해 둡니다. 저는 아닌 것을 한 번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컨설턴트의 반대할 의무는 다했습니다. 동시에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재진입 통로를 남겨 두었습니다. 구성원 교육이라는 통로가 있고, 첫 측정 이후 공유지표를 다시 제안할 여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짜 큰 레버는 지켰습니다. 구성원에게 자율과 권한을 주고 협업의 방식을 세우는 일, 그 방향에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가지 하나를 잠시 내려놓고, 줄기를 지킨 셈입니다.

다음은, 전달을 진단만큼 설계하는 것
공유지표는 지금 접어 두지만 버리지는 않습니다. 첫 측정이 끝나고 데이터가 쌓이면 그때 다시 꺼낼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그 기여가 큰지 작은지는 제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가 답할 문제였으니까요. 단, 이번에는 '평가 지표'가 아니라 '협력을 보는 관찰 신호'로, 그들의 걱정을 먼저 풀고 나서 내밀 것입니다. 다음 분기의 저에게 남길 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전달을, 진단만큼 설계하기.

가치 있는 것과, 그 가치를 닿게 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