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고객에게 이득을 많이 남기면 손해일까요?('비즈니스는 사랑'을 계산 가능한 구조로)

임종은 컨설턴트 2026. 7. 3. 19:15

손해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파이를 키우는 것, 다른 하나는 거래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 것입니다. 손님에게 남겨주는 이득을 한 번의 거래로만 보면, 그것은 내가 포기한 몫, 즉 비용입니다. 그러나 그 손님이 다시 오고, 친구에게 말하고, 평판이 쌓이는 반복 관계로 보면 계산이 뒤집힙니다. 같은 이득이 이번에는 다음 거래를 미리 사두는 투자로 바뀝니다. 시간이라는 축 하나를 더하는 순간, 비용이 투자로 뒤집히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사랑으로 한다'는 말은 뭉클하지만 막연합니다. 저는 이 말을 감정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구조로 옮겨야 실무가 된다고 봅니다. 두 개의 렌즈로 풀겠습니다. 한 거래의 '크기'(가로)와 관계의 '시간'(세로).

한 거래를 해부하면 무엇이 보이나요?: 세 값
모든 거래에는 세 값이 있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Value), 가격(Price), 회사가 치르는 비용(Cost). 앞으로 V, P, C로 부르겠습니다. 건강한 거래는 두 개의 부등호가 지켜집니다. V가 P보다 커야 하고(고객이 낸 값보다 얻는 가치가 커야 이득을 봐서 삽니다), 동시에 P가 C보다 커야 합니다(원가보다 비싸게 팔아야 남고, 남아야 지속됩니다). 이 세 값에서 두 개의 몫이 갈립니다. 고객이 가져가는 몫은 V−P, 이것을 고객 잉여라 부릅니다. 회사가 가져가는 몫은 P−C, 곧 이익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이 구조를 '가치 스틱(value stick)'이라 부릅니다. 하버드 펠릭스 오버홀저-지의 『Better, Simpler Strategy』. 위에 고객의 지불의사(WTP), 아래에 원가, 그 사이가 고객 잉여와 이익입니다. 뒤에서 볼 '파이를 키우고 나눈다'가 바로 이 막대를 늘리는 일입니다.)

같은 값인데 왜 누구는 사고 누구는 안 사나요?: 절실함
한 장면을 그려 보겠습니다. 비 오는 날, 흠뻑 젖은 학생이 편의점에 뛰어듭니다. 우산은 5,000원. 그런데 학생은 고민 끝에 2,000원짜리 빵만 사서 나갑니다. 이어 여유로운 중년 신사가 느긋이 둘러보다 우산을 사서 나갑니다. 우산 원가는 3,000원, 두 사람에게 우산의 가치는 똑같이 6,000원이라 해두죠. 그런데 절실함이 다릅니다. 하루 굶은 학생에게 허기를 달래려는 절실함이 컸고, 지갑이 얇으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반면 비서가 우산을 들어주는 신사에게 비를 피하려는 절실함은 거의 없었습니다. 여기서 첫 교훈이 나옵니다. 같은 값을 매겨도 사람마다 절실함과 여유가 다릅니다. 사랑은 바로 이 차이를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사랑의 첫 번째 축:  파이를 키운다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사랑은 두 갈래이고, 둘 다 결국 V−C, 즉 파이 전체를 키우는 일입니다. 하나는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혁신으로 정말 값싼 우산을 만들어 가격을 낮추면, 학생은 빵도 우산도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정말 쓸모 있는 우산을 만들고 그 값어치를 제대로 전달하면, 심드렁하던 신사도 만족이 올라가 기꺼이 삽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랑 있는 장사는 뺏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입니다. 한 회사가 두 갈래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절실하지만 지갑 얇은 손님에게는 원가를 낮춘 실속 라인을, 여유롭고 더 나은 것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가치를 높인 프리미엄 라인을. 다만 경계 하나. 가치를 올린다는 것은 절실함을 조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광고로 헛된 욕망을 부추겨 가격만 밀어 올리는 것은, 가치를 올린 척하며 실은 뺏는 일이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사랑의 두 번째 축: 시간을 더한다 (비용이 투자로)
이제 한 거래를 넘어 시간을 봅니다.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 거래는 한 번뿐인가, 반복되는가?' 다시 볼 일 없는 손님에게 냉정하게 합리적인 선택은 뺏는 것입니다. 가격을 고객이 느끼는 가치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지요. 관광지 바가지가 그래서 생깁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관계에서는 계산이 통째로 뒤집힙니다. 같은 손님이 또 오고, 주변에 말하고, 평판이 쌓이면 신뢰가 복리로 붙습니다. 앞서 나눈 고객 잉여(V−P)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한 번뿐인 거래에서 그 잉여는 내가 포기한 비용이었지만, 반복되는 관계에서 그 잉여는 다음 거래를 사오는 투자로 바뀝니다. (게임이론의 반복 게임, 로버트 액설로드가 보여주듯, 관계가 길어질수록 협력·너그러움이 배신을 이깁니다.) 그래서 사랑은 두 동작을 함께 합니다. 파이를 키우고, 그 커진 파이를 시간에 걸쳐 넉넉히 나누는 것. 둘 중 하나만 하면 실패합니다. 키우기만 하고 가격으로 다 뺏으면 세련된 한탕이라 고객이 안 돌아오고, 나누기만 하고 파이를 안 키우면 가격이 원가 밑으로 내려가 회사가 무너집니다.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한 번뿐인 거래에 파이가 고정되면 고객과 나는 가격 하나를 두고 서로 뺏는 제로섬입니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고 시간을 늘이면 두 몫이 함께 커지는 포지티브섬이 됩니다. 사랑은 '가격을 올릴까 내릴까'라는 싸움을 아예 다른 판으로 풀어버립니다.

사랑은 밑지고 파는 건가요?: 순교가 아니다
오해 하나를 풀겠습니다. 사랑이라니 밑지고 팔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P가 C보다 크다'는 부등호가 사랑과 순교를 가르는 선입니다. 원가 이하로 팔아 회사가 죽으면, 그 뒤로는 아무도 섬길 수 없습니다. 오래 섬기려면 이익이 나야 합니다. 자기를 지키는 것도 사랑의 일부입니다. 무너진 사람은 누구도 빛나게 할 수 없으니까요. 이익은 목적이 아니라, 계속 숨 쉬게 해주는 산소입니다.

그럼 진짜 '나눔'은 어디에 있나요?
반복 게임에서 돌아오는 잉여는 사실 투자입니다. 그런데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고, 본전을 넘어서까지 남겨주는 몫이 있습니다. 그것이 순수한 나눔입니다. 나의 여유로 누군가의 절실함을 채워주는 것이지요. 나눔은 전략이 아니라 선물이고, 그래서 강제할 수 없습니다. 강제되는 순간 사랑이 아니게 됩니다. 반복 게임의 계산이 끝나는 바로 그 지점부터 나눔이 시작됩니다. 이 대목만큼은 계산의 언어를 내려놓는 자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재구매의 수학: 광고 함정을 피하는 법
이 그림은 실제 고객에서 선명해집니다. 온라인으로 직접 파는 사업(D2C)의 재구매율과 고객생애가치(LTV)가 곧 반복 게임 그 자체입니다. 좋은 제품으로 가치를 올리고, 고객이 '이득 봤다'고 느끼도록 잉여를 남기면, 그 잉여가 재구매로 복리처럼 돌아옵니다. 반대가 이른바 광고 함정입니다. 광고로 첫 구매만 뜯고 잉여를 안 남기면 재구매가 없습니다. 그러면 광고비를 아무리 부어도 매출은 제자리, 밑 빠진 독입니다. 그것이 사랑 없는 한탕 장사의 수학적 결말입니다. 대표님의 재구매율이 낮다면, 그것은 마케팅의 문제이기 전에 '고객에게 남겨준 잉여가 있는가'라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컨설턴트인 제가 대표님 곁에서 할 일은 분명합니다. '가격을 올려 더 뜯자'가 아니라, '가치를 올리거나 원가를 낮춰 파이를 키우고, 그 파이를 고객과 나누자'를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나눔은, 대표님의 자유에 맡기는 것입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가장 아끼는 단골 손님 한 분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물으십시오. '이분은 우리와 거래할 때마다, 낸 값보다 얼마나 더 얻어 가는가?' 만약 그 답이 '거의 없다'라면, 지금은 이익이 나더라도 그 관계는 한 번뿐인 거래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그 잉여가 넉넉하다면, 대표님은 이미 다음 거래를 미리 사두고 계신 것입니다. 파이를 키우고, 그 파이를 시간에 걸쳐 나누는 일. 뭉클한 구호였던 '사랑'은 그렇게 매일의 가격표와 원가표 위에서 계산 가능한 경영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객에게 이득을 남기면 제 이익이 주는 것 아닌가요?
A. 한 번뿐인 거래로 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반복 관계에서는 그 이득(고객 잉여)이 재구매·소개·평판으로 돌아오는 투자가 됩니다. 시간 축이 비용을 투자로 뒤집습니다.

Q. 그럼 무조건 싸게 팔라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사랑은 순교가 아닙니다. 가격이 원가보다 커야(P>C) 회사가 삽니다.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가치를 올리거나 원가를 낮춰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Q. 가치를 올리는 것과 광고로 부추기는 것의 차이는요?
A. 진짜 필요를 채워 만족을 올리면 가치 창출(사랑), 헛된 욕망을 부추겨 가격만 밀어 올리면 조작(뺏기)입니다. 후자는 재구매가 없어 결국 무너집니다.

Q. 재구매율이 낮습니다. 마케팅 문제인가요?
A. 그 전에 물으십시오. '고객에게 남겨준 잉여가 있는가.' 잉여 없이 첫 구매만 뜯으면 광고비를 부어도 밑 빠진 독입니다. 재구매는 남긴 잉여의 복리입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