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더 좋은데 안 팔린다면, 그것은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케팅에서 이기는 것은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 머릿속에서 더 좋다고 인식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표님이 물으셔야 할 질문은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가 아니라 '고객 머릿속에서 우리는 지금 누구인가'입니다. 이것은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에서 던진 가장 근본적인 전환입니다. 스물두 개 법칙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것.
왜 더 좋은 제품이 지는 걸까요?
이 책의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새로 내놓은 뉴코크는 20만 명이 참여한 블라인드 맛 테스트에서 기존 콜라를 이겼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내놓자 석 달이 못 되어 무너졌고, 맛 테스트에서 진 옛 콜라가 다시 1위로 돌아왔습니다. 맛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혼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혼다가 미국에서는 자동차 회사로, 일본에서는 오토바이 회사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혼다 자동차는 토요타에 크게 밀립니다. 같은 제품인데 인식이 다르니 결과가 다릅니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객관적 실재도 사실도 없고 오직 고객 마음속 인식만 있으며, 그 인식이 곧 현실입니다. 여기서 첫 교훈이 나옵니다. 매출이 정체될 때 제품 스펙을 더 끌어올리는 것으로는 잘 안 풀립니다. 진짜 전쟁터는 공장이 아니라 고객의 머릿속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회사는 어떻게 마음에 들어가나요?
그 머릿속을 차지하는 데는 원리가 있습니다. 먼저 들어간 브랜드가 그 분야의 대명사가 됩니다. 우리가 복사를 제록스라 부르고 티슈를 크리넥스라 부르는 것처럼요. 대서양을 처음 홀로 건넌 린드버그는 누구나 알지만, 더 빠르고 연료를 덜 쓴 두 번째 사람은 아무도 모릅니다. 더 나은 것보다 먼저인 것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남이 먼저 들어간 시장에서 언더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의 답이 명쾌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없다면, 내가 1등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신제품에 던질 질문은 '경쟁사보다 어떻게 더 나은가'가 아니라 '이것이 무엇의 첫 번째인가'입니다. 그리고 한 번 자리 잡은 인식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이 책은 마케팅에서 가장 낭비적인 일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는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조금씩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메시지로 단번에 파고들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먼저, 그리고 좁게, 그리고 오래"가 언더백 마케팅의 뼈대입니다.
정석 1: 비어 있는 한 단어를 소유하라
이 책이 말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객 머릿속에서 비어 있는 한 단어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페덱스는 다른 배송을 다 버리고 '익일배송'이라는 단어를 가졌습니다. 볼보는 '안전', 하인즈 케첩은 '걸쭉함', 도미노는 '배달'을 가졌습니다. 이 단어 하나가 브랜드 전체를 대신합니다. 언더백에게 이것이 왜 결정적일까요. 자원이 적어 여러 단어를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딱 하나를 골라 거기에 전부를 태워야 합니다. 단어에는 세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쉬워야 하고, 둘째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말이어야 하며, 셋째 결정적으로 경쟁사가 아직 갖지 않은 빈 단어여야 합니다. '프리미엄'이나 '고품질' 같은 말은 누구나 쓰니 비어 있지 않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데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단어 하나를 찾아, 모든 메시지를 거기에 정렬하는 것입니다.
정석 2: 1등의 정반대에 서라
1등을 이기는 방법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더백이 리더를 정면에서 더 좋게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신 레슬링 선수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듯, 리더의 강점 속에 숨은 약점을 찾아 그 정반대에 서는 것입니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보십시오. 코크의 자랑인 100년 전통을 '낡음'으로 뒤집고 '새로운 세대의 콜라'가 되었습니다.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의 강력함을 '위에 부담을 준다'는 약점으로 뒤집어, 아스피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잡았습니다. 렌터카 2등이던 에이비스는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해 13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세 칸을 채워 보셔야 합니다. 리더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그 강점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우리가 설 정반대 자리는 어디인가. 더 낫게가 아니라 다르게입니다. 1등에서 사고 싶지 않은 고객은 반드시 있고, 그들이 바로 우리 고객입니다. 다만 약점을 찌른 뒤에는 반드시 우리의 이득으로 이야기를 비틀어야 합니다. 공격만 하면 고객이 등을 돌립니다.
정석 3: 얻으려면 버려라 (계열확장의 함정)
마지막 정석은 희생입니다. 이 책은 "풀라인은 패자의 사치"라고 못을 박습니다. 언더백이 이것저것 다 팔려 하면, 고객은 우리를 아무것으로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세 가지를 버려야 합니다. 잘 안 되는 제품 라인, 모두를 노리는 넓은 표적, 그리고 예산철마다 바꾸는 잦은 변화입니다. 표적을 좁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광고의 표적을 좁혀도 실제로 사는 사람은 더 넓습니다. 말보로는 카우보이 남성만 겨냥했지만 남녀가 다 삽니다. 페덱스는 온갖 배송을 버리고 익일배송 하나만 남겨 1등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성공한 대표님이 반드시 빠지는 함정을 하나 짚겠습니다. 계열확장, 즉 잘되는 이름을 다른 제품에 붙이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고객 머릿속에서 그 이름은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 그 자체입니다. 스테이크 소스로 유명한 에이원이 같은 이름으로 닭고기 소스를 냈다가 큰 광고비를 쓰고도 참패했습니다. 아무도 "에이원 주세요"라고 하지 "에이원 무엇 주세요"라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혼다는 고급차를 낼 때 혼다를 붙이지 않고 '아큐라'라는 새 이름을 만들어 두 시장을 다 잡았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새로운 분야에는 새로운 이름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나요?
가령 반려견 수제간식을 만드는 열두 명 규모의 한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대표님의 고민은 "우리 간식이 품질은 제일 좋은데 왜 안 크죠?"입니다. 앞의 흐름을 그대로 대면 답이 보입니다. 먼저 인식을 진단합니다. 고객 머릿속에서 이 회사는 '여러 수제간식 중 하나'로, 차지한 자리가 없습니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머릿속 자리가 없으니 안 크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정반대 자리를 찾습니다. 대형 브랜드의 강점은 '대량·저가·모든 견종'이고, 그 그림자는 '우리 강아지에게는 안 맞을 수도'라는 불안, 곧 알러지와 개별 필요를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수제와 소량, 원료 통제입니다. 그렇다면 설 자리는 '알러지 있는 반려견을 위한 단일 단백질 수제간식'입니다. 그다음 소유할 빈 단어를 정합니다. '알러지 안전'은 아직 아무도 갖지 않았습니다. 이 한 단어에 모든 메시지를 겁니다. 그리고 지금 사료와 영양제, 용품까지 벌여 놓은 라인을 정리해 이 하나에 집중합니다. 그것이 성장 정체의 진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수의사 공동개발 같은 하나의 대담한 수에 초기 자금을 몰아넣습니다. 제품을 더 좋게 만든 것이 아니라, 머릿속 자리를 새로 잡아준 것입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우리 고객 한 분을 붙잡고 이렇게 물어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 하면 어떤 한 단어가 떠오르세요?" 만약 그 답이 한참 머뭇거리다 흐릿하게 나온다면, 우리 제품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고객 머릿속에 우리가 소유한 자리가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 규율이 생존을 가릅니다. 리더가 못 가진 빈 단어 하나를 소유하고, 나머지를 과감히 버리는 것. 그것이 언더백 마케팅의 정석이자, 대표님의 좋은 제품이 비로소 팔리기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품을 더 좋게 만들면 결국 팔리지 않나요?
A.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더 좋다고 인식된' 제품이 이깁니다(뉴코크가 맛 테스트에서 이기고도 시장에서 진 이유). 스펙을 올리기 전에, 고객 머릿속에 우리가 소유한 자리가 있는지를 먼저 보십시오.
Q. 1등이 이미 있는 시장인데 어떻게 하나요?
A. 그 시장에서 더 잘하려 하지 말고, 내가 1등이 될 '새로운 분야'를 쪼개 만드십시오. '무엇의 첫 번째인가'가 신제품의 진짜 질문입니다.
Q. 어떤 단어를 소유해야 하나요?
A. 쉽고, 고객에게 이득이 되고, 경쟁사가 아직 갖지 않은 '빈' 단어입니다. '프리미엄·고품질'은 누구나 써서 비어 있지 않습니다.
Q. 잘되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내면 유리하지 않나요?
A. 대개 역효과(계열확장의 함정)입니다. 머릿속에서 그 이름은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 자체라, 새 제품에 붙이면 흐려집니다. 새 분야엔 새 이름(혼다→아큐라)이 정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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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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