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정반대입니다. 브랜드의 힘은 그 범위에 반비례합니다. 넓힐수록 약해지고, 좁힐수록 강해집니다. 그래서 매출이 정체될 때 제품을 더 늘리는 것은 성장의 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브랜드를 흐리게 만드는 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알 리스와 로라 리스가 『브랜딩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Branding)』에서 던진 핵심입니다. 서른세 개의 법칙이 있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브랜딩은 넓히는 것이 아니라 좁히는 것. 어제 말씀드린 마케팅이 고객의 마음에 먼저 들어가는 법이라면, 브랜딩은 그 자리를 좁고 뾰족하게 소유하고 지키는 법입니다.
제품을 넓힐수록 왜 브랜드가 약해지나요?
먼저 넓혔다가 무너진 쪽을 보겠습니다. 쉐보레는 크고 작고 싸고 비싼 차에 트럭까지 한 이름에 다 담다가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져 1위를 내주었습니다. 리바이스는 청바지 컷을 스물일곱 가지로 늘리다 데님 점유율이 크게 빠졌습니다. 치약 크레스트도 품목을 오십 개 넘게 벌린 뒤 1위를 놓쳤습니다. 이름을 모든 것에 붙이면, 그 이름은 결국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상태로 소진됩니다. 반대로 좁혀서 강해진 쪽을 보겠습니다. 스타벅스는 온갖 것을 파는 카페가 아니라 커피에 집중해 커졌습니다. 서브웨이는 델리에서 다 버리고 샌드위치만 남겨 세계적 체인이 되었습니다. 토이저러스는 가구를 버리고 장난감만 팔아 그 분야를 지배했습니다. 이 책의 표현이 명쾌합니다. 초점을 좁히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좁히면 세 가지가 좋아집니다. 하나, 그 하나를 제일 잘 만들게 됩니다. 둘, 고객 머릿속에 '거기는 그거 하는 곳'이라고 또렷이 박힙니다. 셋, 그 분야의 대표가 됩니다.
브랜드는 결국 무엇인가요?
그렇게 좁힌 초점은 고객 머릿속에서 한 단어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볼보는 '안전', 비엠더블유는 '드라이빙', 페덱스는 '익일배송'이라는 단어를 소유합니다. 만약 볼보가 '안전하고 빠르고 고급스럽고 경제적인 차'라고 말했다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희생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딱 한 단어로 줄이는 것입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단어가 비어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이나 '프리미엄'은 누구나 쓰니 이미 꽉 차 있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데 아직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단어 하나를 찾아, 브랜드 전부를 거기에 거는 것입니다. 일단 그 단어를 소유하면, 나중에 경쟁사가 돈을 아무리 써도 뺏어가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우리 제품이 더 좋은데'라고 생각하시는 대표님께 한 가지 짚겠습니다. 이 책은 품질이 중요하지만 품질만으로는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품질은 진열대가 아니라 고객의 머릿속 인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롤렉스가 값싼 시계보다 시간을 더 정확히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롤렉스를 최고로 여깁니다. 그래서 품질 인식을 세우는 길은 더 좋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초점을 좁혀 전문가처럼 보이게 하고, 더 나은 이름을 붙이고, 때로는 값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제값을 받는 것입니다. 좁힘과 이름과 가격이 함께 만들어내는 인식이 곧 품질입니다.
좁히면 시장이 작아지는데 어떻게 성장하나요?
답은 이렇습니다. 성장은 브랜드를 넓혀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속한 판, 곧 카테고리를 키워서 이루는 것입니다. 이 책은 초점을 극한까지 좁히다 보면 '시장이 너무 작은데' 싶은 지점이 온다고 말합니다. 바로 거기가 새 카테고리를 만들 기회입니다. 도미노는 피자 시장에서 싸운 것이 아니라 '배달 피자'라는 새 판을 열었습니다. 롤러블레이드는 '인라인 스케이트'라는 판을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는 그 시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브랜드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새 판 자체를 알리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이 좋다'가 아니라 '이런 새로운 것이 있다'라고요. 판이 커지면 그 판을 처음 연 우리가 자연히 대명사가 됩니다. 파이 조각을 두고 싸우지 말고, 파이를 새로 굽는 것입니다.
잘되는 이름을 새 제품에 붙이면 안 되나요?
브랜드가 잘되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대표님이 같은 유혹에 빠집니다. 잘되는 이름을 다른 제품에도 붙이는 것, 곧 계열확장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맞아 보입니다. 그러나 통계가 무섭습니다. 미국 신제품의 90퍼센트 이상이 이 계열확장인데, 대부분 실패합니다. 맥주 회사들이 라이트 제품을 내면 잠깐 잘 팔립니다. 그런데 그 라이트 고객은 경쟁사가 아니라 자기네 원래 맥주에서 넘어온 경우가 많습니다. 제 살 깎아먹기입니다. 아이비엠은 모든 것을 다 잘하려다 피시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코카콜라나 하인즈처럼 이름을 함부로 늘리지 않은 브랜드는 50퍼센트 근처를 지킵니다. 이것은 브랜드를 짓느냐, 쥐어짜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이 움직여 새 제품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답은 새 이름입니다. 혼다가 고급차를 낼 때 혼다를 붙이지 않고 '아큐라'라는 새 이름을 만들어 두 시장을 다 잡은 것처럼요. 규칙은 간단합니다. 새로운 분야에는 새로운 이름. 확장을 막는 것은 오직 기업의 용기뿐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광고 예산이 적은데 어떻게 브랜드를 알리나요?
언더백 대표님께 특히 중요한 원리가 있습니다. 브랜드의 탄생은 광고가 아니라 홍보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광고는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의 리더십을 지키는 보험이지, 없던 브랜드를 짓는 도구가 아닙니다. 새 브랜드는 우호적인 입소문과 언론의 관심으로 태어납니다. 바디샵은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도 환경이라는 화제로 언론 인터뷰가 이어지며 컸고, 스타벅스도 초기 10년간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홍보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의 최초'가 되는 것입니다. 언론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광고 예산이 적은 언더백일수록, 돈으로 알리려 하기 전에 '우리는 무엇의 첫 번째인가'라는 이야깃거리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나요?
가령 반찬을 만드는 열다섯 명 규모의 한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대표님의 고민은 "반찬에 국에 도시락에 선물세트까지 늘렸는데 왜 안 크죠?"입니다. 먼저 지금 이 회사는 여러 가지를 뜻하려다 아무것도 뜻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확장이 성장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 숫자를 봅니다. 매출과 재구매율을 보니 '이유식을 막 뗀 아이의 유아식 반찬'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보죠. 그러면 여기로 좁힙니다. 성인 국과 선물세트는 정리 대상입니다. 소유할 빈 단어는 '이유식 졸업', 곧 이유식이 끝난 아이의 첫 반찬입니다. 아직 아무도 갖지 않은 단어입니다. 이제 '유아식 반찬'이라는 새 판을 처음 연 브랜드로 자신을 알리고, 육아 커뮤니티와 언론에 '최초'라는 이야깃거리로 홍보합니다. 나중에 유아 간식으로 넓히고 싶어지면, 지금 이름을 늘리지 말고 새 형제 브랜드로 냅니다. 제품을 더 늘린 것이 아니라, 좁혀서 한 판의 대표가 되어준 것입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 우리 회사가 지금 팔고 있는 것을 종이에 다 적어 보십시오. 그리고 물으십시오. "이 중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만약 그 답이 얼른 나오지 않고 여러 개가 떠오른다면, 그것이 바로 성장이 멈춘 이유일 수 있습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넓히려는 본능을 이기고 좁혀야 삽니다. 무엇을 버리고 어떤 하나가 될 것인지를 정하는 일. 그것이 언더백 브랜딩의 정석이자, 대표님의 브랜드가 비로소 힘을 갖기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품을 늘리면 매출도 늘지 않나요?
A. 단기엔 그럴 수 있지만, 브랜드의 힘은 범위에 반비례합니다. 넓힐수록 '무엇의 브랜드'인지 흐려지고, 그 흐려짐이 결국 성장을 막습니다.
Q. 좁히면 시장이 너무 작아지지 않나요?
A. 그 지점이 새 '판(카테고리)'을 만들 기회입니다. 브랜드를 넓히지 말고, 그 브랜드가 대표가 될 판 자체를 키우십시오(도미노의 '배달 피자').
Q. 잘되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내면 유리하지 않나요?
A. 대개 계열확장의 함정입니다(신제품의 90%가 이것, 대부분 실패). 새 분야엔 새 이름, 형제 브랜드로 내십시오(혼다→아큐라).
Q. 광고비가 없는데 어떻게 알리나요?
A. 브랜드는 광고가 아니라 홍보로 태어납니다. '무엇의 최초'가 되어 언론·입소문의 이야깃거리를 만드십시오. 언론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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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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