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멋진 목표를 선언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을 똑바로 마주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거기서 원인을 찾고, 그중 중요하면서 풀 수 있는 하나를 골라, 해결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방향을 정하고, 마지막으로 그 방향 아래 실제로 할 수 있는 행동 두세 개를 뽑는 것. 이 한 판의 과정이 곧 전략입니다. 많은 대표님이 전략을 어렵게 느끼시지만, 사실 자기 일을 풀 때 이미 이 과정을 밟고 계십니다. 다만 구조화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전략학에서는 이 뼈대를 커널(kernel) 진단·추진방침·일관된 행동이라 부릅니다. 리처드 루멜트의 개념으로, 아래 일곱 걸음이 그 커널을 실무 순서로 편 것입니다.) 매출이 떨어졌을 때도, 객단가나 구매 전환율이 흔들릴 때도, 심지어 작은 업무 하나가 막혔을 때도 똑같이 쓰실 수 있습니다.
전략은 어디서 시작하나요?_마주하기와 원인 (1·2걸음)
첫걸음은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크게는 매출이 떨어진 일, 작게는 객단가나 구매 전환율이 떨어진 일, 더 작게는 어떤 업무를 하다 막힌 일일 수 있습니다. 상황과 결과를 흐릿하게 두지 않고,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전략은 언제나 여기서 출발합니다. 둘째 걸음은 그 상황과 결과가 왜 벌어졌는지 이유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나만 떠오를 수도, 여럿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이 떠올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인들 속에서 구조를 다시 보는 데까지 가면 가장 좋지만, 억지로 애쓸 일은 아닙니다. 하다 보면 점점 보입니다. 지금은 원인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무엇에 집중할지 어떻게 고르나요?_중요하고 풀 수 있는 하나 (3걸음)
셋째 걸음이 승부처입니다. 떠오른 원인들 가운데 중요하면서 동시에 해결 가능한 것을 대표님의 판단으로 골라내는 것입니다. 원인이 아무리 커도 내가 손댈 수 없으면 전략의 대상이 아니고, 손댈 수 있어도 사소하면 힘을 쏟을 곳이 아닙니다. 중요함과 풀 수 있음이 겹치는 그 하나가 대표님이 힘을 모아야 할 지점입니다. 여기서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원인 가설이 나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하십시오. 구매 전환율이 떨어졌다면 정말 어느 단계에서 이탈이 늘었는지 숫자로 보는 것입니다. 다만 이 확인 단계는 건너뛸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이 너무 분명할 때입니다. 엑셀 시트를 못 만드는 이유가 내가 엑셀을 다룰 줄 몰라서라면, 굳이 데이터로 확인할 것도 없습니다.
해결책은 어떻게 만드나요?_가설과 검증 (4·5걸음)
넷째 걸음은 잠정적 결론, 곧 해결 가설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문장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의 실행으로 이어지는 출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떠올리기도 어렵고, 때로는 어려우니까 혹은 하기 싫어서 생각 자체를 미루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 마음까지 인정하고, 그래도 한 문장을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걸음은 그 가설이 실제로 유의미한지 검증하는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된 경우가 있구나' 하는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지요. 이 단계 역시 경우에 따라 건너뛸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내려야 할 결정이 중요한 것일수록 건너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가벼운 내 업무라면 '한번 해보지 뭐' 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결정의 무게가 이 단계의 필요를 정합니다.
방침이 곧 전략인가요?_방침은 방향일 뿐 (6걸음)
여섯째 걸음은 방침을 세우는 것입니다. 가설이 유의미하다는 근거가 있고 괜찮아 보이면, '이런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방향을 정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설이 곧 방침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바로잡겠습니다. 많은 분이 방침을 전략과 같은 것으로 여기십니다. 그러나 방침은 전략의 전부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쪽이지, 목적지까지 가는 걸음 전체가 아닙니다. 방침만 세우고 멈추면 좋은 말은 남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방침은 다음 걸음을 위한 디딤돌입니다.
마지막은 무엇인가요?_일관된 행동 두세 개 (7걸음)
마지막 일곱째 걸음은, 세워진 방침 아래에서 대표님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두세 개 도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일관된'입니다. 세 가지 행동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면 힘이 모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방침을 향해 나란히 정렬된 두세 개의 행동, 그것이 전략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왜 두세 개일까요. 하나로는 방향을 밀어붙일 힘이 부족하고, 다섯이나 여섯으로 늘리면 언더백의 적은 자원이 다시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이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만큼으로 좁히되, 그 몇 개가 한 방향을 향하게 하는 것. 이 일곱 걸음이 곧 전략의 큰 한 판입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_마주하기에서 실행으로 건너뛰기
이 일곱 걸음에서 대표님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은, 첫걸음에서 바로 마지막 걸음으로 건너뛰는 것입니다. 매출이 떨어진 것을 보자마자 '광고를 늘리자, 할인을 하자, 신제품을 내자'로 곧장 달려가는 것이지요. 원인을 고르고 가설을 세우는 가운데 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에, 그 행동들은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고 제각기 흩어집니다. 힘을 썼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렇게 생깁니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를 여러 개 나열하고 그것을 전략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매출 20퍼센트 성장, 신규 고객 확대, 재구매율 개선'은 목표의 목록이지 전략이 아닙니다. 전략은 그중 진짜 문제 하나를 골라 거기에 힘을 모으는 일입니다. 목표가 많을수록 오히려 전략이 없다는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일곱 걸음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 하나에 집중할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나요?_구매 전환율 예시
가령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한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어느 날 대표님이 마주한 결과는 '광고비는 그대로인데 구매 전환율이 떨어졌다'입니다. 이것이 첫걸음, 직면입니다. 둘째로 원인을 떠올립니다. 상세 페이지가 낡았을 수도, 가격이 비싸 보일 수도, 배송비가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로 그중 중요하면서 풀 수 있는 하나를 고릅니다. 데이터를 보니 장바구니까지는 잘 오는데 결제 직전에 이탈이 급증합니다. 원인 가설은 '결제 단계의 배송비 노출이 문제'입니다. 넷째로 해결 가설을 세웁니다. '일정 금액 이상 무료배송을 결제 앞단에 명확히 보여주면 이탈이 줄지 않을까.' 다섯째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가볍게 확인합니다. 여섯째로 방침을 세웁니다. '결제 직전의 불안을 없애 이탈을 줄이자.' 그리고 일곱째로 일관된 행동을 뽑습니다. 무료배송 기준을 결제 앞단에 표시하기, 결제 단계를 한 화면 줄이기, 이탈 고객에게 다음 날 알림 보내기. 세 행동이 모두 '결제 직전의 불안 제거'라는 한 방향을 향합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이 일곱 걸음이 글로 보면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표님은 이미 자기 일을 풀 때 이 순서대로 움직이고 계십니다. 구조로 꺼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 저녁에 지금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결과 하나를 종이 맨 위에 적고, 그 아래로 일곱 걸음을 한 줄씩 채워 보십시오.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하고 계시던 일을, 이제 보이게 적어 두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판을 돌려 본 경험이 쌓이면, 다음 문제 앞에서는 이 일곱 걸음이 훨씬 자연스럽게 손에 붙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략과 목표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목표는 '가고 싶은 곳'(매출 20% 성장)이고, 전략은 '지금 그것을 막는 진짜 문제 하나를 골라 힘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목표를 여러 개 나열한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Q. 원인이 너무 많을 때는요?
A. 많이 떠올리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중요하면서 동시에 풀 수 있는' 하나로 좁히십시오(3걸음). 큰데 못 푸는 것도, 풀 수 있는데 사소한 것도 대상이 아닙니다.
Q. 데이터 확인·검증은 꼭 해야 하나요?
A. 결정의 무게가 정합니다. 회사를 흔드는 결정이면 필수, 가벼운 내 업무면 '한번 해보지 뭐'로 넘어가도 됩니다. 원인이 너무 분명하면 확인을 건너뛰어도 됩니다.
Q. 방침까지 세웠는데 왜 안 바뀌나요?
A. 방침은 방향(나침반)일 뿐 전략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 방향 아래 '한 방향으로 정렬된' 행동 두세 개(7걸음)까지 뽑아야 비로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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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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