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해볼 게 여러 개일 때 뭐부터 해야 하나요? (15인 DTC 기업 전략 첫 세션 현장 기록)

임종은 컨설턴트 2026. 7. 15. 20:14

대표님보다 먼저 겪는 경영 컨설턴트, 임종은입니다. 오늘도 제가 먼저 현장에서 부딪히고 왔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그대로 남기겠습니다. 대표님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건너뛰시면 됩니다. 오늘 저는 15인 규모의 한 DTC 기업과 전략 첫 세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가는 곳이고, 벌써 두 번 연장 계약을 한 회사입니다. 앞으로 C사라 부르겠습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해볼 것이 여러 개일 때는, 그 모두를 한꺼번에 하려 해서도 안 되고 그중 하나를 정답으로 서둘러 골라서도 안 됩니다. 먼저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시작할 때: 대표님의 머릿속은 여러 갈래였습니다
오늘 대화를 시작했을 때, 대표님이 생각하는 다음 걸음은 아직 여러 가능성이 섞여 있었습니다. 올리브영이나 피부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 해외 확장, 제품 리뉴얼, 조직의 성과 구조. 하나같이 중요한 이야기가 여러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들을 다 함께 다뤄야 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대표님이 정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선명해졌습니다. 대표님은 해외에 유통 채널을 뚫거나 현지 조직을 만드는 방식보다, C사가 국내에서 잘해온 광고와 콘텐츠를 해외 고객에게도 보여줘서 실제 구매까지 일으킬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여러 갈래 중에 진짜 궁금한 하나가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낸 것은 저의 제안이 아니라, 대표님 스스로의 말이었습니다.

해야 하는 것: 기대를 '증명할 결과와 질문'으로 번역하는 것
경영자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기대와 아이디어를, 일정 기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결과와 질문으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12주 동안 만들어야 할 첫 번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해외 광고와 콘텐츠로 C사의 구매 경로에 고객을 유입시켜, 해외 첫 매출 100만 원 이상을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100만 원의 성격입니다. 이것은 큰 수익을 내기 위한 목표가 아닙니다. 국내에서 작동했던 광고와 콘텐츠와 구매 전환이라는 성장 엔진이, 해외 고객에게도 작동한다는 최초의 증거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가 정한 것은 해외 전략의 정답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였습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정답을 정하면 그 방향이 맞기를 바라며 크게 투자하게 됩니다. 증명할 것을 정하면, 가장 작고 빠른 실험으로 사실을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100만 원이라는 작은 숫자가 오히려 정확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큰 결단을 미루고, 작은 증거를 먼저 얻는 것입니다. 많은 대표님이 새로운 방향 앞에서 정보를 더 모으려 하십니다. 시장 보고서를 읽고, 남의 사례를 찾고, 컨설팅을 받습니다.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보를 아무리 모아도, 우리 회사에서 실제로 되는지는 우리가 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보 수집보다 증명이 먼저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정하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실험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답을 남에게서 빌리는 대신, 우리 손으로 첫 증거를 만드는 쪽이 훨씬 빠르고 정확합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처음부터 해법을 제안하는 것
컨설턴트로서 제가 조심한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첫 세션부터 일본 시장이 좋겠다거나, 해외 인플루언서를 쓰자거나, 올리브영에 입점하자는 해법을 꺼냈다면 어땠을까요. 그럴듯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대화는 특정 방향에 갇혔을 것입니다. 이것을 앵커링(anchoring)이라 부릅니다. 먼저 던져진 하나의 답이 닻처럼 박혀, 그 주변에서만 생각이 맴도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랬다면 대표님의 진짜 의도를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표님이 정말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국내 성장 엔진이 해외에서도 작동하는가'였는데, 제가 채널부터 골라 버렸다면 그 질문은 영영 수면 위로 못 올라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해야 했던 일은 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의 경계를 선명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답을 아끼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절제입니다.

덤: 두 과업을 한 자리에 섞지 마십시오
C사에는 두 번째 결과도 있었습니다. 핵심 팀장 한 분의 컨디션과 직접 개입에 덜 의존하면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제안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는 성과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4분기 인센티브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대표님의 또 다른 기대였습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곧 해외 고객 획득과 조직의 성과 구조를 한 번의 90분 안에 다 다루면 둘 다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표님과의 주간 전략 세션은 해외 첫 매출에 집중하고, 리더십과 팀 성과 구조는 현장 코칭과 원온원으로 따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다 한자리에 욱여넣으면, 중요한 것이 하나도 안 됩니다. 언더백 대표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회의에서 매출, 조직, 채용, 자금을 다 다루면 어느 것도 결론이 안 납니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자리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각각을 빨리 끝내는 길입니다.

다음 걸음: 증거를 찾는 실험을 이렇게 설계합니다
무엇을 증명할지를 정했으니, 이제 그것을 실험으로 옮겨야 합니다. 오늘 세션이 끝난 뒤 저는 대표님께 다음 세션에서 결정할 것을 미리 안내드렸습니다. 국가와 고객과 제품과 소구점의 후보 조합을 비교하고, 첫 최소 실험까지 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몇 가지 자료가 필요하다고 요청도 드렸습니다. 자료가 오면 저는 이렇게 정리할 생각입니다. 먼저 확인된 사실과, 아직 가설인 것과, 여전히 모르는 질문을 셋으로 나눕니다. 이 셋을 뒤섞으면 실험이 흐릿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후보 조합을 두세 개로 좁히고, 컨설턴트로서 1순위 추천안을 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첫 실험의 예산과 기간, 담당자,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가를 판단 지표의 초안을 준비합니다. 여기서 판단 지표가 특히 중요합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나오면 되고, 무엇이 나오면 접는다'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결과가 나온 뒤에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험은 시작할 때 이미 그 채점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 틀은 해외 진출만이 아니라, 대표님이 무언가를 새로 시도할 때마다 그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정리, 다섯 줄

  1. 해볼 것이 여러 개일 때, 다 하려 하거나 하나를 정답으로 서둘러 고르지 마십시오.
  2. 해야 할 것은 기대를 '기간 안에 증명할 결과와 질문'으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3. 첫 목표는 큰 수익이 아니라 최초의 증거여야 합니다. 작을수록 정확합니다.
  4.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처음부터 해법을 제안해 특정 방향에 앵커링하는 것입니다.
  5. 무거운 과업 두 개를 한 자리에 섞지 마십시오. 나눠야 각각이 됩니다.

대표님이 오늘 하실 것 하나
오늘 딱 하나만 해 보십시오. 지금 대표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음 걸음의 후보들을 종이에 다 적어 보시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진출, 해외, 리뉴얼, 신제품,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리고 각각에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이걸 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사실 하나는 무엇인가. 그 사실을 확인할 가장 작고 빠른 실험은 무엇인가. 그 답이 나오면, 대표님은 큰 결단을 내리기 전에 작은 증거부터 얻는 자리에 서 계신 것입니다. 오늘은 C사의 해외 전략을 완성한 날이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 12주 동안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대표님과 제가 어떤 역할을 할지, 다음에는 무엇을 결정할지를 맞춘 날이었습니다. 첫 세션에서 서둘러 답을 내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략 컨설턴트란 정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경영자가 정말 풀어야 할 문제를 선명하게 보고 다음 행동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볼 게 많은데 왜 하나를 빨리 안 고르나요?
A. 정답을 서둘러 고르면 그 방향에 크게 투자하게 됩니다. 먼저 '무엇을 증명할지'를 정하고 가장 작은 실험으로 사실을 확인하면, 큰 결단을 뒤로 미루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첫 목표를 왜 100만 원처럼 작게 잡나요?
A. 첫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성장 엔진이 이 시장에서도 작동한다'는 최초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작을수록 빠르게, 정확하게 확인됩니다.

Q. 컨설턴트가 답을 아끼는 게 직무유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처음부터 해법을 던지면 대화가 그 답에 앵커링돼, 대표님의 진짜 의도가 수면 위로 못 올라옵니다. 답을 아끼는 건 진짜 문제를 놓치지 않으려는 절제입니다.

Q. 실험은 어떻게 설계하나요?
A. ①사실/가설/모르는 질문을 셋으로 나누고 ②후보를 두세 개로 좁히고 ③시작 '전에' 성공·실패를 가를 판단 지표(채점표)를 정합니다. 채점표가 없으면 결과를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