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보다 먼저 겪는 경영 컨설턴트, 임종은입니다. 오늘도 제가 먼저 현장에서 부딪히고 왔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그대로 남기겠습니다. 대표님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건너뛰시면 됩니다. 오늘 저는 130명 규모의 한 회사에서 3년 후 비전을 세우고 돌아왔습니다. 뷰티 미용 기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연 매출 500억 원대 회사입니다. 앞으로 A사라 부르겠습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비전이 남의 목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둘 중 하나입니다. 대표님이 혼자 세워서 내려주셨거나, 그 자리가 즐겁지 않았거나. 오늘 제가 확인한 것이 정확히 이 두 가지였습니다.
시작 전에: 비전이 무엇인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비전을 정의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저희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비전은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 안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지점입니다. 사명이 하나의 길이라면, 비전은 그 길 위에 찍는 도달점입니다. 그래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사명은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비전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한다'는 사명은 어느 날 다 이뤘다고 선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3년 뒤 우리는 이런 회사가 되어 있다는 비전은, 3년 뒤에 됐는지 안 됐는지 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전은 두 쪽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3년 후 우리의 모습을 그린 정성 문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모습이 되려면 무엇을 얼마나 달성했을 것인가를 담은 다섯 개의 큰 숫자입니다. 그림만 있고 숫자가 없으면 아름다운 구호로 끝나고, 숫자만 있고 그림이 없으면 그냥 사업계획서가 됩니다.
해야 하는 것: 함께 세우면 주어가 바뀝니다
사람은 남이 세워서 건네준 목표를 자기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으름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비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3년간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는, 통보로 전달되는 순간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A사처럼 130명쯤 되면 각자가 생각하는 3년 뒤의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같은 지표를 말해도 크기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매출 1,000억을 말하고 누군가는 700억을 말합니다. 그래서 다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오늘 제가 다시 확인한 열쇠가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100퍼센트 채택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낸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느낌만 받아도, 그 목표를 자기 목표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모두의 말을 다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끝까지 듣고, 실제로 참고해서 세워야 합니다. 듣는 척만 하고 이미 정해둔 답을 꺼내면, 구성원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오늘 나온 정성 문장과 다섯 개의 숫자는, 사실 대표님이 혼자 앉아 정리해도 비슷하게 나왔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 이제 그것을 '회사가 정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정한 목표'라고 부릅니다. 같은 문장인데 주어가 바뀌었습니다. 그게 오늘의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즐겁지 않은 비전은 마음에 안 닿습니다
딱딱한 자리에서 옛날 방식으로 비전을 '선포'하는 것, 이건 요즘 구성원의 마음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오늘도 초반에 그 공기가 잠깐 있었습니다. 130명이 모인 자리에서 3년 뒤를 말해 보라 하면, 처음에는 다들 눈치를 봅니다. 너무 크게 말하면 실없어 보일까 봐, 너무 작게 말하면 의욕 없어 보일까 봐 망설입니다. 그 상태로는 아무리 좋은 숫자를 뽑아도 그건 비전이 아니라 할당량이 됩니다. 비전의 본질은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래에 이런 모습이 되어 보자, 하는 희망. 그 장면을 함께 그렸을 때 오는 설렘과 벅차오름. 그 설렘이 빠지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오늘 그 벽을 넘은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대표님이 먼저 '틀려도 괜찮은 자리'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누군가 크게 던진 숫자에 웃으며 '그거 재밌는데요' 하고 받아 주는 순간, 방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서로 얹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표도 넣자, 그러려면 이건 이만큼 돼야 한다,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입니다. 10퍼센트 개선이 아니라 열 배를 상상해 보는 사고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먼저 따지면 상상은 거기서 멈춥니다. 일단 크게 그려 보고, 설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스페이스엑스가 처음 로켓 재사용에 성공했을 때, 구성원들이 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던 그 장면. 비전이 이뤄지는 순간의 기쁨이 미리 그려질 때 사람은 움직입니다.
왜 사람이 늘수록 이게 더 중요해지나요?
5인일 때는 비전을 따로 세울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대표님이 매일 옆에서 같이 일하니, 대표님의 머릿속이 곧 회사의 방향입니다. 굳이 문장으로 만들지 않아도 다들 압니다. 그런데 30인, 50인을 지나 100인에 가까워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표님과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섞는 구성원이 생깁니다. 그 사람에게 회사의 방향은 대표님의 표정이 아니라, 문장으로 적힌 무언가여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각 부서가 각자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열심히 달립니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회사는 앞으로 안 나가는, 언더백에서 가장 흔한 성장통이 여기서 생깁니다. 그래서 사람이 늘어난 회사일수록 비전은 더 절실해지고, 동시에 함께 세우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덤: 다섯 개의 숫자를 고르는 기준
정량 지표를 다섯 개로 제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열 개, 스무 개를 늘어놓으면 그것은 비전이 아니라 관리 항목이 됩니다. 사람이 가슴에 품고 다닐 수 있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를 때는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 그 숫자가 3년 뒤 우리 모습이라는 정성 문장과 정말로 이어지는가입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회사'라고 그려 놓고 국내 매출만 잡으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둘째, 매출 같은 결과 지표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지표가 섞여 있는가입니다. 셋째, 모든 부서가 자기 일과 어디서 연결되는지 찾을 수 있는가입니다. 다섯 개 안에 자기 일이 전혀 안 보이는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에게 이 비전은 남의 일이 됩니다.
오늘의 정리, 다섯 줄
- 비전은 사명이라는 길 위에 찍는 도달점입니다. 사명은 확인할 수 없지만 비전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 비전은 두 쪽입니다. 3년 뒤 모습을 그린 정성 문장과, 그것을 확인할 다섯 개의 숫자입니다.
- 해야 할 것은 함께 세우는 것입니다. 남이 세워준 목표를 자기 목표로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 모든 의견을 다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끝까지 듣고 실제로 반영하십시오.
-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딱딱한 선포입니다. 설렘이 빠지면 그것은 비전이 아니라 할당량입니다.
대표님이 오늘 하실 것 하나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가 막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딱 하나만 해 보십시오. 잠깐 자리에 앉아, 우리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의 비전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자문해 보시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그것은 즐거움일까요, 부담일까요. 자기 목표라고 생각할까요, 회사가 시킨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함께하고 싶은 그림일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그림 안에 그들의 의견이 정말 반영되어 있을까요. 이 네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면, 우리 회사의 비전은 아직 벽에 걸린 문장일 뿐일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당장 큰 워크샵을 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회의에서 딱 한 번, 3년 뒤 우리가 어떤 회사가 되어 있으면 좋겠는지를 구성원 한 사람에게 물어보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거기서부터 주어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비전은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리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명과 비전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사명은 길, 비전은 그 길 위의 도달점입니다. 사명은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비전은 3년 뒤에 됐는지 안 됐는지 답할 수 있습니다.
Q. 100명이 넘는데 어떻게 다 함께 세우나요?
A. 모든 의견을 다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내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느낌만으로 그 목표를 자기 것으로 여깁니다. 끝까지 듣고 실제로 참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지표는 왜 다섯 개인가요?
A. 열 개, 스무 개면 비전이 아니라 관리 항목이 됩니다. 가슴에 품고 다닐 수 있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정성 문장과 이어지고, 결과 지표와 그것을 만드는 지표가 섞이고, 모든 부서가 자기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Q. 비전 워크샵을 꼭 크게 열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다음 회의에서 구성원 한 사람에게 "3년 뒤 어떤 회사가 되면 좋겠어요?"를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거기서부터 주어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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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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