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묻히는 이유는? (포지셔닝 실전 5단계)

임종은 컨설턴트 2026. 7. 11. 22:24

제품이 약해서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를 엉뚱한 것과 비교하게 만드는 맥락에 갇혀 있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은 새 제품을 만나면 주변 단서로 '이게 뭔지'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그 판단의 틀, 곧 맥락이 가치를 결정합니다. 포지셔닝은 바로 그 맥락을 의도적으로 고르는 일입니다. 이것은 열여섯 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마케팅 임원 출신 컨설턴트 에이프릴 던포드가 『오비어슬리 어썸(Obviously Awesome)』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앞선 책들이 포지셔닝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말했다면, 이 책은 어떻게 하는지를 단계로 줍니다.

세계 1등 연주자가 45분에 32달러를 번 이유
이 책의 문을 여는 실험이 강렬합니다.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콘서트 티켓은 300달러가 넘고 늘 매진입니다. 그가 워싱턴의 지하철역에서 출근 시간에 거리 연주를 했습니다. 45분 동안 1,070명이 지나갔고, 멈춰 선 사람은 일곱 명, 총 수입은 32달러였습니다. 음악은 완벽히 똑같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맥락뿐입니다. 콘서트홀이냐, 쓰레기통 옆 거리 연주자냐. 던포드의 문장이 서늘합니다. 세계적인 제품도 포지셔닝이 나쁘면 실패할 수 있다. 대표님의 제품이 안 팔리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난 포장'에 갇힙니다
제품을 만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처음 정한 맥락에 갇힙니다. 함정은 둘입니다. 하나는 만들려던 것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고치고 또 고치다 보니 제품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었는데, 창업자만 못 알아챕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이 옮겨간 것을 못 보는 것입니다. 이 책의 비유가 명쾌합니다. 케이크에 막대를 꽂고 '혁신적인 케이크'라 소개하면, 사람들은 케이크에 무슨 막대냐고 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것을 '어른용 케이크팝'이라 부르면, 당연히 막대가 있어야지, 당연히 동그래야지가 됩니다. 같은 물건인데 맥락 하나로 약점이 매력이 됩니다. 우리 강점이 정중앙에 오는 맥락을 고르는 것, 그것이 포지셔닝의 핵심입니다. 참고로 포지셔닝이 문제인지 알아보는 신호가 넷 있습니다. 신규 고객이 우리가 뭘 파는지 못 알아보고, 설명하는 데 힘이 너무 들어 전환이 느리고, 잘못 이해하고 샀다가 금방 이탈하고, '왜 이 값이냐'는 가격 압박이 심한 것입니다. 하나라도 강하게 해당한다면 지금 급소는 제품이 아니라 포지셔닝입니다.

첫 질문: 고객은 우리를 무엇과 비교하나 (5블록)
던포드는 한 문장짜리 포지셔닝 문구를 만들지 말라고 합니다. 동어반복만 나오고 아무도 다시 안 보기 때문입니다. 대신 다섯 개의 블록을 순서대로 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서의 첫째가 결정적입니다. 첫 블록은 경쟁 대안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없다면 고객이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대표님께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보통 비슷한 브랜드 이름을 대십니다. 그런데 고객 머릿속에는 그 브랜드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진짜 대안은 지금 쓰는 다른 방법이거나, 손으로 하던 일이거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바로 그것과 비교해서 우리가 더 나은지를 재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순서로 쌓습니다. 고유 속성, 그 대안이 못 가진 우리만의 것. 가치, 그 속성 덕분에 고객이 얻는 것인데, 여기에는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내 가치에 대한 내 의견은 증거가 되지 못하고, 고객과 전문가의 말이 증거입니다). 타깃, 그 가치를 가장 크게 신경 쓰는 사람. 시장 카테고리, 그 사람이 우리를 이해하는 틀.

카테고리를 선언하는 순간, 가정이 자동으로 켜집니다
마지막 블록인 카테고리가 양날의 검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르는 순간, 고객 머릿속에서 세 가지가 자동으로 켜집니다. 경쟁자는 누구겠구나, 기능은 이렇겠구나, 가격은 이 정도겠구나. 던포드 자신의 경험이 좋은 예입니다. 그녀의 제품을 그냥 '데이터베이스'라 부르니, 모든 대화의 첫 질문이 '오라클보다 뭐가 낫냐'가 되었습니다. 범용 데이터베이스로 오라클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진 게임을 선언한 셈이지요. 그래서 강점인 대용량 분석 속도가 정중앙에 오는 틀, 곧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옮겼습니다. 제품은 그대로인데 비교 대상이 바뀌고, 강점이 살아나고, 가격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후보 카테고리마다 이렇게 적어 보십시오. 이 카테고리를 선언하면 고객이 자동으로 떠올릴 경쟁자와 기능과 가격은 무엇인가. 그 가정이 우리 편이 되는 틀을 고르는 것입니다.

언더백에게는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정답입니다
포지셔닝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기존 시장 전체에서 1등과 정면승부하는 것, 시장을 쪼개 리더가 못 채우는 조각을 지배하는 것, 아예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언더백 대표님께는 대개 두 번째가 정답입니다. 자원이 적은 회사가 확립된 리더와 정면으로 붙는 것은 대체로 자살에 가깝습니다. 코카콜라를 콜라로 이기려는 것과 같으니까요. 대신 시장을 쪼개 그 안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코카콜라를 이기려 하지 말고 개를 위한 콜라를 파는 것입니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좋은 사례입니다. 거대 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늘 '그 회사보다 뭐가 낫냐'는 질문에 시달렸고, 한 고객은 '더 싸고 더 조악한 그 회사'라고 요약했습니다. 그런데 관계를 다루는 자기 강점에 유독 크게 반응하는 고객군이 있었습니다. 투자은행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은행을 위한 고객관리'로 좁혀 다시 자리를 잡자, 18개월 만에 매출이 200만 달러에서 7,00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다만 경고가 하나 있습니다. 좁히기는 진짜로 채워지지 않은 필요가 있을 때만 통합니다. 다른 볼펜과 똑같은데 색만 분홍인 '여성용 볼펜'은 조롱만 받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좁게 시작한다고 못 크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 좁힐 뿐, 나중에 넓히면 됩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나요? 유아 스킨케어 예시
가령 유기농 유아 스킨케어를 온라인으로 파는 한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대표님의 고민은 이렇습니다. "제품력은 자신 있는데, 광고를 해도 그냥 또 하나의 유아 로션으로 묻혀요." 먼저 베스트핏 고객을 봅니다. 재구매와 추천이 몰린 곳은 일반 유아 부모가 아니라 아토피나 민감성 피부 아기를 둔 부모였습니다. 그다음 진짜 경쟁 대안을 묻습니다. 우리가 없으면 이 부모는 무엇을 할까요. 대형 로션 브랜드가 아니라, 피부과 처방 크림을 쓰거나 성분을 검색해 이것저것 발라보다 포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리는 처방 크림과 순한 로션 사이의 빈 공백입니다. 그래서 카테고리를 '유아 로션'에서 '민감하고 트러블 있는 피부 아기를 위한 데일리 스킨케어'로 옮깁니다. 그 순간 대형 브랜드는 비교 대상에서 빠지고, 강점인 성분 투명성과 매일 쓰기 좋은 사용감이 정중앙에 옵니다. 가격도 다른 기대를 받게 됩니다. 제품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맥락이 강점을 가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오늘 저녁에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고객이 우리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를 무엇과 비교하는가? 그 비교가 우리 강점을 드러내는가, 가리는가?" 만약 그 비교가 우리 강점을 가리고 있다면, 지금 고쳐야 할 것은 제품이 아니라 맥락입니다.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느라 애쓰기 전에, 그 제품이 놓인 자리를 먼저 바꿔 보십시오. 같은 케이크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이상한 케이크가 되기도 하고, 당연한 케이크팝이 되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지셔닝이 문제인지 어떻게 아나요?
A. 네 신호를 보십시오. 신규 고객이 뭘 파는지 못 알아본다, 설명에 힘이 너무 들어 전환이 느리다, 잘못 이해하고 샀다 금방 이탈한다, '왜 이 값이냐'는 가격 압박이 심하다.

Q. 경쟁자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A.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없으면 고객이 대신 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 수작업, 혹은 아무것도 안 하기일 수 있습니다. 고객은 그것과 비교해 우리를 잽니다.

Q. 카테고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카테고리를 선언하는 순간 경쟁자·기능·가격의 가정이 고객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켜집니다. 그 가정이 우리 강점을 살리는 틀을 골라야 합니다.

Q. 좁히면 시장이 작아지지 않나요?
A. 좁게 '시작'할 뿐입니다. 확립된 리더와 정면승부하는 대신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고, 나중에 넓히면 됩니다. 단, 진짜 안 채워진 필요가 있을 때만 통합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