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경영 이야기

경험 많은 대표일수록 왜 판단이 자주 빗나갈까요? (전문가의 사각지대를 다루는 법)

임종은 컨설턴트 2026. 7. 18. 21:23

대표님보다 먼저 겪는 경영 컨설턴트, 임종은입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빠른 판단은 경험이 준 선물이지만, 동시에 모든 문제를 익숙한 패턴으로 설명하려는 함정을 함께 데려옵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회사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이기에 이 함정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함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풀어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요즘 곱씹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컨설턴트도 경력이 쌓일수록 문제를 보자마자 답이 떠오르는데, 그 빠른 답이 오히려 현장을 가리는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대표님도 다르지 않으실 겁니다. 흥미롭게도 이 통찰은 창의성에 관한 책에서 왔습니다. 오스틴 클레온은 어린아이처럼 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이름보다 모양과 움직임을 먼저 보고, 규칙보다 궁금증을 따릅니다. 어른은, 특히 그 분야의 전문가는 무언가를 보기도 전에 이름부터 붙입니다. '아, 이건 그거지.' 그 순간 실제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는 대신, 내 머릿속의 분류표를 보게 됩니다. 대표님이 회사의 문제를 볼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경험은 패턴을 빨리 보게 하지만, 현장을 덜 보게 합니다
경험이 쌓이면 좋은 힘이 생깁니다.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기에, 문제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원인이 떠오릅니다. 이 속도는 분명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속도가 함정이 됩니다. 모든 문제를 이미 아는 패턴으로 설명하려는 힘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책임감이 부족해', '우리 브랜드는 광고 의존이 심해', '영업팀은 프로모션 생각밖에 안 해'. 이런 문장은 빠르고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대표님은 더 이상 현장을 보지 않게 됩니다. 이미 답을 정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매출이 떨어졌다고 해보죠. 경험 많은 대표님은 '요즘 애들이 근성이 없어서'라거나 '경쟁사가 싸게 팔아서'라고 순식간에 원인을 짚습니다.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상세페이지가 낡았거나, 상담 방식이 바뀌었거나, 유입 자체가 줄어든 것일 수 있습니다. 빠른 답이 이 가능성들을 다 덮어 버립니다. 그래서 좋은 판단의 핵심은 전문성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성이 개입하는 시점을 늦추는 것입니다. 먼저 실제 장면과 숫자와 흐름을 충분히 모은 뒤에, 그다음 대표님의 경험을 꺼내는 것입니다. 경험은 답이 아니라,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렌즈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세 개의 '첫 설명'을 의심하십시오
저는 세 개의 첫 설명을 곧바로 믿지 않으려 합니다. 첫째, 고객의 첫 설명입니다. 고객이 '비싸서 안 산다'고 말해도 그것이 진짜 이유가 아닐 수 있습니다. 둘째, 대표님이나 리더의 평가입니다. '저 친구는 의욕이 없다'는 평가도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자기 자신의 첫 해석입니다. 대표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그 답이야말로 가장 의심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 셋을 실제 행동과 결과물로 교차 검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직원이 게을러 보인다면, 그렇게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실제로 게으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행동을 만든 목표와 자원과 제약을 확인하기 전까지는요. 느낌은 진실하지만, 느낌이 만든 해석까지 자동으로 진실인 것은 아닙니다.

가볍게 열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명확하게 닫으십시오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겠습니다. 판단을 늦추라는 것이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미루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를 다루는 데는 서로 다른 두 단계가 있고, 각 단계에 다른 규칙이 필요합니다. 앞 단계는 문제를 탐색하고 원인을 찾는 발산의 시간입니다. 여기서는 판단을 늦추고 가능성을 넓혀야 합니다. 아이처럼 '왜 그럴까'를 반복해 묻고, 틀려도 되는 가설을 여러 개 만드는 것입니다. 뒤 단계는 실행을 정하는 수렴의 시간입니다. 여기서는 우선순위와 책임자와 기한과 판단 기준을 엄격히 좁혀야 합니다. 많은 회의가 실패하는 이유는 이 두 단계를 섞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할 때 너무 빨리 비판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계속 새 가능성만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요약합니다. 가볍게 열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명확하게 닫는다. 아이처럼 가능성을 열되, 어른처럼 책임지고 끝내는 것입니다.

감정은 병목을 알리는 센서지, 판결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사람을 다룰 때 특히 중요한 원리가 있습니다. 구성원의 답답함이나 방어, 불안 같은 감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감정을 무시하면 중요한 맥락을 잃습니다. 반대로 감정에 휩쓸리면 사실과 해석이 뒤섞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을 존중하되 진단으로 쓰지 않으려 합니다. 감정은 조직의 어딘가에 병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센서입니다. 그러나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는 판결문은 아닙니다. 리더가 방어적으로 나온다고 곧장 역량이 부족하다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그 방어 뒤에 있는 지금의 책임과 위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함께 보십시오. 감정을 일으킨 구체적인 장면이 무엇이고, 그 감정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은 뒤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판단이 자꾸 비슷해진다면, 입력을 점검하십시오
여기서 근본적인 처방을 하나 드립니다. 대표님의 판단이 요즘 다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대표님이 먹는 입력이 비슷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산출의 문제는 대개 투입의 문제입니다. 바쁠수록 우리는 익숙한 것만 봅니다. 늘 보던 지표, 늘 만나는 사람, 추천 알고리즘이 물어다 주는 비슷한 콘텐츠. 그러면 상황이 달라져도 나오는 답은 점점 같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입력을 의도적으로 섞으려 합니다. 우리 회사 현장, 고객이 실제로 쓰는 말, 나의 생각과 충돌하는 반대 사례, 그리고 우리 업과 전혀 다른 산업의 방식입니다. 특히 반대 입력이 중요합니다. 내 가설과 부딪히는 데이터를 일부러 찾아보는 것입니다. 대표님을 가장 크게 성장시키는 것은 내 생각을 확인해 주는 자료가 아니라, 내 생각을 흔드는 자료입니다.

덤: 가끔 초보의 눈을 빌리십시오
마지막으로 실용적인 도구를 하나 드립니다. 대표님이 업에 오래 계실수록, 회사의 불편한 과정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전문가의 사각지대입니다. 그래서 가끔 초보의 눈을 빌리는 것이 유용합니다. 신입에게 기존 과정을 설명하게 해보면, 어디서 이해가 막히는지가 드러납니다. 고객의 자리에 직접 앉아 우리 서비스를 처음부터 겪어 보면, 어디서 답답한지가 보입니다. 전문가가 놓친 것은, 종종 비전문가가 가장 먼저 불편해한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신선한 의견을 전체 시장으로 일반화하지는 마십시오. 낯선 시선은 가설을 얻는 데 쓰고, 그것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판단이 빨라진 대표님이 기억할 다섯 가지

  1. 빠른 판단은 경험의 선물이자 함정입니다. 전문성을 버리지 말고, 개입하는 시점을 늦추십시오.
  2. 세 개의 첫 설명을 의심하십시오. 고객의 말, 리더의 평가, 그리고 나 자신의 첫 해석입니다.
  3. 느낌은 진실해도, 느낌이 만든 해석까지 진실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 행동으로 검증하십시오.
  4. 가볍게 열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명확하게 닫으십시오. 발산과 수렴을 섞지 마십시오.
  5. 감정은 병목을 알리는 센서지 판결문이 아닙니다. 행동을 태도로 단정하기 전에 구조를 보십시오.

대표님, 오늘 저녁에 요즘 대표님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문제 하나를 떠올려 보시지요.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으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답을 적어 보십시오. 그다음 그 답 옆에 이렇게 적으십시오. 이 답이 정말 맞는지, 내가 실제 장면이나 숫자로 확인한 적이 있는가. 만약 확인한 적 없이 경험만으로 내린 결론이라면, 그것은 답이 아니라 아직 검증해야 할 가설입니다. 아이처럼 열어 보고, 어른처럼 책임지고 끝내는 것. 가장 경험 많은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 바로 자기 확신을 잠시 내려놓는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험이 많은데 왜 판단이 더 자주 틀리나요?
A. 경험은 문제를 빨리 익숙한 패턴으로 설명하게 하는데, 그 빠른 답이 실제 현장을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을 버릴 게 아니라, 개입 시점을 늦춰 사실을 먼저 모으면 됩니다.

Q. '세 개의 첫 설명'이 뭔가요?
A. 고객의 첫 설명('비싸서'), 리더의 평가('의욕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의 첫 해석입니다. 셋 다 실제 행동·결과로 교차 검증하기 전까지는 가설로 다뤄야 합니다.

Q. 판단을 늦추면 결정이 느려지지 않나요?
A. 아닙니다. 원인을 찾는 발산 단계에서만 판단을 늦추고, 실행을 정하는 수렴 단계에서는 우선순위·책임자·기한을 엄격히 좁힙니다. '가볍게 열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명확하게 닫는다'입니다.

Q. 구성원의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요?
A. 감정은 조직 어딘가에 병목이 있다는 센서로 존중하되, 누가 잘못했는지 가리는 판결문으로 쓰지 마십시오. 감정을 일으킨 구체적 장면과 그것이 지키려는 것을 물은 뒤 개입합니다.


글쓴이: 가인지컨설팅그룹 임종은 연구원. 직원 100명 이하 언더백 기업의 경영을 돕습니다.